[작품소개]
‘클레어 차하나시안’이란 한 노부인이 커다란 부자가 되어 실연의 슬픔과 부당한 처사를 받고 떠났던 몰락해 가는 귈렌에 40년 만에 찾아온다. 그녀의 방문목적은 향수병도 금의환향도 아닌 그녀가 사랑했었고 또한 자신을 짓밟고 무참히 버린 한 남자 ‘알프레드 일’의 목숨을 빼앗고 그녀의 정의를 찾기 위함이다. 그녀는 몰락한 귈렌시에 ‘누구라도 알프레드 일을 죽인다면 천억을 기부하겠다’라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고 시민들은 자신들은 유럽인이며 기독교인이라는 강한 자부심으로 그녀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하지만 그녀의 돈으로 누리는 편안함과 안락한 생활에 점점 변해가고 결국 그들은 정의와 기독교 윤리로 클레어의 제안을 거부했듯, 같은 이름으로 알프레드 일을 처형하려 한다.
[기획의도]
배우 김금지는 익히 알고 있듯, 한국 연극계에서 독보적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여배우이다. 김금지 연기의 깊이는 연기 50년의 경력을 통해 한국 연극의 여배우 연기의 인식을 새롭게 해석하면서 연기를 통한 존재론적 성찰의 새로운 지평을 전복적으로 환기한 50년이고, 한국 연극 연기의 새로운 담론과 열정으로 정녕 연극연기의 큰 집을 지을 수 있었던 50년이었다. 이번 김금지 배우와 극작가 뒤렌마트의 만남은, 독일의 거장과 한국 최고의 여배우의 만남으로 그들이 가지는 삶의 깊은 성찰과 날카로운 비판의 시각, 사회적 인식을 가진다는 점과 연극예술 작업이 그 진지함이나 치열함으로 연극이 사회의 학교이자 정신의 사원(寺院)일 수 있다는 믿음을 견지하는 것에서 작업의 태도가 일치한다. 인간 자신의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물질적인 욕망을 정면으로 마주보게 하는 이 작품은 오늘 날 연극의 기술이나 새로운 기법으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그런 차원을 뛰어넘어, 어떠한 삶이 사람다운 삶인지를 질문할 수 있다는 예술장르로 볼 수 있다 하겠다.
[아티스트 소개]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연출가 원영오와 한국 연극이 낳은 최고의 여배우 김금지의 만남
한국 연극계의 독보적인 존재, 최고의 여배우 김금지의 연극인생 50주년 기념작을 <동방의 햄릿> <귀환> 등 실험적 연극으로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무대에서 호평 받고 있는 젊은 연출가 원영오가 맡았다. 그들의 만남은 전통적 연극과 실험적 연극의 만남으로 볼 수 있으며 김금지의 관록 있는 명품연기와 원영오만의 감각적인 스타일의 조합으로 올해 최고의 무대가 나올 것이다.
출연 김금지, 정명철, 김소숙, 채용병, 엄지용, 정란희, 이성희, 신용진, 김정익, 김양수, 김장호, 조호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