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줄거리)]
<침입>은 ‘아불카셈(Abulkasem)’이라 불리는 미스터리한 단어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이민자 학교 학생인 유셉은 단체 관람한 연극에 나온 ‘아불카셈’이라는 이름이 레바논에 사는 별난 외삼촌 이름과 같다면서 어릴 적 스웨덴을 방문했던 외삼촌의 모습을 회상한다. 그날 이후 같은 반 친구들 사이에서 장난처럼 사용되던 아불카셈이라는 단어는 삽시간에 유행어처럼 번져 나중에는 고유명사, 형용사, 동사로 사용되며 계속해서 변화하고 더 많은 것을 의미하게 된다.
그 후 ‘아불카셈’은 여자를 유혹할 때 가명으로, 또 유명한 여성 연출가 이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심지어 쿠르드족 출신 라라가 바람둥이 아르빈드에게서 벗어나려고 엉뚱한 번호를 적어주자 아르빈드는 ‘아불카셈’이라는 이름으로 전화에 메시지를 남긴다. 그러나 그 번호는 스웨덴에 온 망명신청자의 전화였다. 망명신청자는 자신이 미행당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끝내는 신분을 감추기 위해 손가락을 불에 태워 지문을 없앤다.
장면 중간에 연구원들이 등장해 도대체 ‘아불카셈’이 누구며,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지에 대해 토론을 벌인다. 그들이 위험인물이라며 끝까지 추적하여 체포한 사람은 다름 아닌 망명신청자, 사과 따는 사람이었다. 이 망명신청자가 지문을 없애는 장면은 작가의 막내 동생에 의해 모놀로그로 묘사된다.
하찮은 에피소드로 시작하여 정치적인 문제로까지 비약되는 이 이야기는 단순히 연극 속에서 일어나는 허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비극적인 현실로 드러난다는 점을 암시한다. '아불카셈'이라는 말은 9/11 이후 유럽 사회에서 보이는 이민자들에 대한 ‘컬러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언어가 규정하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기획의도]
1. 스웨덴작가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공연계에 소개
요나스 하센 캐미리(Jonas Hassen Khemiri)는 현재 스웨덴 뿐만 아니라 유럽 연극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신인 작가다. 그의 작품에는 서유럽 출신의 작가와는 다른 그만의 독특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으며, 스웨덴인과 튀니지인 사이의 혼혈이라는 배경에서 엿볼 수 있듯이 서구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담겨 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이처럼 사회적 메시지가 뚜렷한 작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연극의 기능에 대해 숙고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2. 9.11이후 팽배한 민족, 종교, 국가, 문화간 대립과 갈등의 문제를 제시
<침입>은 9.11이후 서방세계에 확산한 이슬라모포비아 Islamophobia, 즉 이슬람에 대한 증오와 공포에서 비롯된 집단 이기주의와 그로 인한 개인의 비극을 다룬 비약의 코메디이다. 타자에 대한 편견과 배타성은 비단 기독교 세계와 이슬람의 세계만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현실적 과제라는 인식에서 원인을 규명하고 논의를 펼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아티스트 소개]
연출 송선호 - 극단 유랑선 대표
· 1993 엘렉트라
· 1999 오레스테스 3부작
· 2003 바다와 양산
· 2005 세상을 편력하는 두 기사 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
· 2006 가을날의 꿈
· 2009 루나자의 춤, 죽기살기
· 2010 You Don't Understand, 메카로 가는 길, 몰리 스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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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 동아연극상 작품상
· 2004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선정
· 2004 제1회 PAF 연출상
· 2005 올해의 예술상 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