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로 진실로
세상을 몰라 묻노니
별을 무슨 모양이라 하겠는가
사랑을 무슨 형체라 하겠는가
또 마음은 무엇으로 드러내겠는가“
어떤 선승(禪僧)이 복사꽃이 핀 모습을 보고 홀연히 도를 이루었다 하는데 봄에 복숭아나무를 가꾸는 농장에서 도를 이룬 농부의 소식을 듣지 못했으니, 꽃과 도는 지척이기도하고 그저 아득하기도 하다. 별 그리고 꽃은 객관이지만 그들을 표현하는 사람마다 별의 모양도 다르고 꽃의 형상도 다른 걸 보아 그런 것들이 꼭 객관인 것만은 아닌 듯하다. 어쩌면 객관은 우리의 마음이 만들어내는 주관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나의 내면에서 어딘지 알 수 없이 용솟음치는 그 마음을 분출(eruption)이라는 주제로 나의 작품들에 담아보려 했다. 바쁘게 그리고 열심히 하루하루 삶을 영위해가고 있지만 잠시 마음에 솟았다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들의 뒷모습이란 아련하기만 하다. 그래도 그 분출을 구체적인 형상으로 잡아내기만 한다면, 그런 아련함은 내 마음의 분출과 중첩되는 부분도 없지 않기에 하나의 모티프(motif)로 삼을 수 있었다. 그런 점을 염두해 두고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였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작업을 하다 보니 내내 아쉬움이 남았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불연속성이 작품에 생기와 혼을 더한 것 같아, 지금은 그런 미진함마저 감사할 따름이다. 나의 어느 한 작품에 대한 감상(監常)도 보는 이에 따라 그 느낌이 제각각인 걸 보면 그런 심증이 더욱 굳어진다. 어떤 이는 그것을 「바다」라 하고 어떤 이는 「달」이라 하고, 어떤 이는 또 마음에 그린 「해」의 모습이라 하니...
농부는 꽃을 보았으나 심인(心印)을 얻지 못했고, 승은 심인을 얻었으나 보여주지 못했다. 둘 다 잘못된 것이 없지만, 드러내지 못한 점에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이번 전시에서, 농부가 얻지 못한 심인, 승이 드러내지 못한 심인을 작품 하나하나에 드러내고자 혼신을 쏟았다.
- 작가소개 -
홍 신승 : Hong shin-seung
○ 성신여자대학교 조형대학원. 미술학과 졸업
○ 개인전 3회
- 2017년, 세종문화회관 광화랑
- 2010년, 예사랑 갤러리
- 1990년, 토탈 미술관
○ 그룹전 100여회
질꼴전.성신도예가회전.한국미술협회전.한국공예가회전.교수작품전. 윤갤러리 기획전. 서울현대도예비엔나래전. 한·중 교류전. LA문화 원초대전. 예술의 전당 아트페어전. 국제아트페어전. 대한민국공예대전. 산업디자인전. 도작가협회전.
○ 인덕대학교. 공주교육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계원예술대학교 출강.
○ 현재: 한국미술협회. 성신도예가회원.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대로 175 세종문화회관 광화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