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극 푸른 수염의 시간
문명에 대한 질문이 담긴 일곱 문 앞을 서성이는 푸른 수염
창제작 음악극 <푸른 수염의 시간>은, 샤를 페로의 동화 <푸른 수염>과 이를 토대로 한 벨라 바르톡의 오페라 <푸른 수염의 성>에서 영감을 얻어, 새롭게 태어난 작품이다.
< 푸른 수염의 시간>에도 일곱 개의 닫힌 문이 등장한다. 하지만 ‘푸른 수염’의 비밀스런 과거에 대한 아내의 호기심과 그 섬뜩한 비밀로부터 아내를 지키기 위해 문을 열지 않는 푸른 수염의 심리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오히려 인간 세계의 존재론적 속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 푸른 수염의 시간>의 일곱 문은 영혼의 성장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고, 인류 문명의 일곱 속성이나 단계를 의미할 수도 있다. 황금, 피, 죽음, 눈물, 생명, 시간 그리고 마지막 문 너머의 세계가 차례로 펼쳐진다. 문 뒤에 놓인 세계는 이로운 것일 수도, 위험한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문을 열고자 하는 이와 닫힌 채로 두고자 하는 이를 선악이라는 이분법적 기준으로 구분 지을 수 없다.
소리와 빛, 몸짓의 여정이 열어주는 새로운 세상
<푸른 수염의 시간>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소리. 사운드가 음악과 스토리, 이미지를 이끌어간다.
일곱 문의 형상 보다는, 그 문을 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소리가 문을 만들고, 문을 두드리며, 문 앞에서 망설이다 결국 문을 연다. 물질로 구현된 이 세상의 일곱 단계는 음악의 부름에 응하여 우리 앞에 드러난다. 한국 전통 악기와 서양 악기, 사람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소리가 움직임-무용과 빛-조명, 영상, 미술을 주도한다.
특히 이번 공연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가변형 극장의 특색을 한껏 살린 무대 연출과 공간 활용이 돋보인다. 무대-관객의 수직적인 관계에서 탈피한 공연에서 관객은 푸른 수염의 딜레마를 자신의 것으로 느끼게 된다. 매우 낯설지만 충분히 매혹적이고 현대적인 분위기가 공연 내내 지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