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새로운 재해석
<헨젤과 그레텔-비밀의 숲>은 이 시대 버림받고 있는 많은 아이들을 대변하는데, 특히 가정에서 사랑받지 못한 채 무관심 속에 방치된 아이들을 묘사한다. 버림받은 아이들은 달콤한 과자로 지어진 집을 보고 행복할 것이라는 상상을 하며 집 속으로 들어가지만 막상 그 집은 결코 행복한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오히려 부모와 세상을 향해 은밀한 음모를 꾸민다. 이러한 사실을 눈치 챈 마녀는 아이들을 악마로 바꿔 버린다. 결국, 다른 사람을 적으로 인식하고 방어하려는 아이들에게서 더 이상의 순수한 모습은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작은 악마들로 변한 아이들은 마치 놀이를 하듯 부모를 불에 태워 버린다. 부모와 함께 재로 변한 숲속을 떠난 아이들은 또 다른 숲 속의 방을 만들고자 어디론가를 향해 걷는다. 아이들의 이러한 모습은 오늘날의 버림받는 아이들이 겪는 고통의 단면과 함께 관계 맺음이 서툴고 주위와 소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획의도]
어른의 시각으로 해체하고 재해석한 현대인의 동화
동화는 잠들기 전 부모님께서 읽어주시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이고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유발하는 환상의 세계와도 같다. 그러나 이번 작품 <헨젤과 그레텔-비밀의 숲>에서는 부모가 아이들을 버리는 비정한 모습을 통해 동시대인들이 감추고 있는 소통부재를 고발한다. 안무가 이경옥은 한국무용이라는 재료로 아이들이 읽는 동화를 어른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즉, 기성세대인 부모와의 소통을 거부하고 대화단절의 벽을 쌓는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을 춤으로 풀어낸다.
한국무용과 미디어아트와의 만남
그동안 이경옥은 미디어아티스트 최종범과 지속적인 협업을 해왔다. 이번 작품은 최종범 뿐 아니라 설치미술가 배정완(36)과의 새로운 조우를 통해 보다 심화된 장르간의 소통을 시도한다. 이는 특히 소통부재를 고민하는 이번 작품의 주제에 맞아떨어지며, 춤과 미디어아트 및 설치미술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시도함으로써 춤의 본질적 영역을 확대하고자 한다.
즉, 춤의 본질인 ‘육체의 움직임’과 ‘공간적 상상력’의 산물인 설치미술에 투사되는 ‘미디어아트와 빛’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작업방식을 <헨젤과 그레텔-비밀의 숲>에서 실험한다.
안무가 이경옥의 작품세계 30년 동안
시대적 상황에 맞는 스토리텔링을 춤에 녹였다
안무가 이경옥은 다양한 종류의 춤 레퍼토리를 꾸준히 선보이며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를 탐구해 왔다. 지난 30여 년 동안 이경옥은 신무용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해석과 재미있는 구성력으로 이경옥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다. 이번 이경옥무용단의 2011 신작 <헨젤과 그레텔-비밀의 숲>은 그동안 안무가가 추구해온 춤 미학의 깊이를 한층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티스트 소개]
컨셉 및 안무_ 이경옥
설치미술_ 배정완
영상디자인_ 최종범
음악_ 김민경, 이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