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 것은 인간이 신과 가장 닮은 점이 아닐까. 그것은 선물일 수도 끔찍한 형벌일 수도 있다. 우리가 ‘사랑’ 이라고 부르는 것의 정체를 그 누구도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 안에는 사랑, 그 후의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인물들이 나온다. 그들은 과거의 사랑을 보내지 못하고 괴로워하거나, 현재의 사랑 때문에 좌절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랑의 상처들은 인물의 내면들로 튀어 나와 기억을 되살리기도 하고 왜곡하기도 한다. 그리고 행복했던 추억의 조각들을 내밀기도 한다.
결코 채울 수 없는 욕망과 결핍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현재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완전한 치유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그 모든 것을 안고 내일을 향해 한발 내딛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무너지고 혼돈과 자유, 무질서가 난무하는 무대는 지금 이 시대에 사랑을 하고 상처받고 또 다시 사랑을 갈구하는 우리의 모습이다.
시놉시스
아픈 사랑을 하는 의사와 아픈 사랑을 했던 사라가 있다. 의사는 끊임없이 사라의 아픔을 치료하려한다. 사라는 알고 있다. 그녀의 사랑은 어떤 약물로도 어떤 말로도 치료받을 수 없다는 것을.
초점없는 눈으로 사라는 허공을 응시한다. 의사는 사라의 몸에 주사한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녀의 몸에 화학 약품을 주입하는 것 뿐이다. 사라는 말할 수 없다. 이미 온몸의 세포들은 그녀의 명령을 듣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눈이 멈춘 바로 그곳에 사라의 사랑이 아직도 존재한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사랑은 그녀의 공간들을 메우며 압박한다.
사랑은 기쁨이기도 슬픔이기도 가슴을 도려낸 상처이기도 하다.
아버지에게 강간당한 아니 지독한 사랑을 받은 과거와 더 이상 도망갈 곳 없는 현재.
아버지를 닮은 의사의 사랑.
사라의 사랑들은 무자비하게 그녀를 공격한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형벌.
사라의 무의식 속에서 발현되는 그녀의 네가지 사랑은 어쩌면 우리가 한번쯤 해보았을 법한 사랑의 형태들일 것이다. 그러나 작품은 말한다. 사랑은 결코 예쁘게 정돈된 무지개 동산이 아닌 혼돈과 무질서로 점철된 무대 위의 세계라고. 그럼에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갈 수 밖에 없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생의 마지막 희망이 바로 사랑이라고.
기획의도
'사랑'이라는 주제는 과거부터 끊임없이 다뤄온 중요한 소재임은 분명하다.
역사상 사랑에 대한 탐구는 대체로 철학과 종교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20세기에 심리학이 발전하면서 이 주제를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길이 나타났으며, 최근에는 생물학을 통해 사랑의 실재에 대해 보다 심도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
얼마전 '결혼을 반대한 여자친구의 모친을 살해하고 인질극을 벌인 20대 남자' 의 기사를 읽었다. 각종 언론에는 자나친 애정과 집착이 부른 안타까운 참사로 결론을 내렸다. 과연 그 20대 남자는 여자친구를 사랑한 것일까? 남자의 행동을 심리학이나 생물학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기계문명을 성공시키고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덤으로 떠안은 상호 불신과 고립, 소외 등으로 이어지는 인간성 상실의 아픔. 이러한 아픔을 씻을 수 있게 사회를 통합하고 재충전하여 싱싱한 사회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 연극예술 본래의 역할이다.
이번 작업을 통해 저질적인 로맨틱 코미디가 난무하는 대학로 일부 연극에 반기를 들고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사랑의 본질에 대해 깊이 사유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하고 싶다..
아티스트 소개
작-황진주, 연출-이성구, 무대미술-이윤수, 조명디자인-주성근, 의상디자인-오수현, 작곡-김현림, 움직임-이승준,
출연-안민영, 송영학, 권택기, 임정은, 김동민, 박혜영, 이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