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의 고전, <부초(浮草)>를 무대에 올리며
1, 작품의 주제??이 작품 <부초>는 소외된 집단'일월 곡예단'이라는 유랑 서커스 단원들의? 뿌리 뽑힌 삶의 흐름을 중심축으로 그들의 꿈과 애환 그리고 고통과 파멸을 그리면서 마지막까지 버릴 수 없는 희망을 형상화한다. ?전국의 흥행지를 따라 옮겨 다닐 수밖에 없는 공간을 배경으로 시대의 변화에 밀려 몰락해 가는 서커스와 그 단원들은 바로 우리들 '인생의 축도'가 된다. 그리고 거기에는 우리들이 잃어버린 지난날의 향수가 눈물에 젖어 배어 있다. ?이 작품은 결말에서, 서커스 천막이 잿더미로 변해 버린다. 그러나 그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주인공 하명을 비롯한 단원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새로운 곡예단으로 재생의 길을 약속한다. ?<부초>는 고단한 삶 속에서도 생명의 힘 그 희망을 잃지 않으면서 패배와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결코 버릴 수 없는 인간이 가지는 삶의 긍정성을 그리고자 한다.
2, 원작 소설 <부초>
? 이 작품은 작가 한수산의 1977년 제1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시대 변화와 함께 몰락해 가는 서커스와 떠돌이 곡예사들의 삶과 사랑, 슬픔과 동료애를 감각적이고 유려한 문체로 그린 작품으로 출간 이래 ‘살아 있는 고전’으로 우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이 작품으로 70년대 대표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떠오른 한수산의 소설은 감성적인 문체를 통하여 인간과 시간의 관계 속에서 빚어지는 삶의 생성과 소멸을 그려내고 있다.??3, 제작의도 및 무대구성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몰락해 버린 곡예단, 서커스는 그러나 한때 서민의 웃음과 눈물을 대신하며 사랑받던 유랑 연희집단이었다. 그럼으로 그들 곡예사들의 삶 속에는 서민의 애환과 꿈이 배어 있었다.?산업화하는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영화, TV 등의 대중매체에 밀려나면서 서커스는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갔다. 그들은 왜 몰락의 길을 걸었으며 그 재생을 위해서는 어떤 몸부림이 있었던가. ?서커스 천막 안과 밖, 곡예사와 관객을 동시에 하나의 공간인 무대에 올리는 구성을 통해 연극 <부초>는 우리의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며 반추하는 또 다른 체험의 장을 마련하면서 한편으로는 서커스의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에게 아련한 향수와 함께 지난날을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웃음과 눈물의 시간을 펼쳐 보일 것이다.?
4, 이 작품에 대한 예술적 평가
?권성우 (문학평론가)?“아름다움을 도덕적으로 묘사하는 소설가는 많지만, 아름다움 그 자체의 매혹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소설가는 의외로 드물다. 한수산은 문체의 아름다움, 삶의 아름다움, 고통의 아름다움, 소설의 아름다움을 누구보다도 민감하게 보여주는 한국 소설사의 대표적인 미학주의자이자 유미주의자이다. 가끔은 한수산의 아름다움에 취하고 싶다.”
? 조성면 (문학평론가)?“<부초>의 독자성은 어느 한 개인, 어느 특수한 사회집단에 국집되어 있지 않고 우리의 고달픈 인생 여정에 대한 날카로운 은유로서 폭넓은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 나아가 섣부른 이념을 덧칠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한 민중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데 있다. 아울러 시대의 변화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며 소멸의 위기로 내몰린 한국 곡예사(史)를 통해서 급변하는 우리네 근현대사에 불어 닥친 변화의 한 국면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재현해 내는 사회사적 상상력 또한 유념해 볼 대목이다.”
5, 주요 인물
배경 : 떠돌이 곡예단이 공연하는 전국 각 지방 주제 : 산업 사회에서 소외된 집단의 생활상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
하명 -?남자 곡예사. 줄타기 곡예사 지혜를 사랑하지만 아픈 이별을 겪으며, ?????? 고통 속에서도 사라져가는 서커스를 지키는 젊은 단원으로 성장해 간다.윤재 - ?해설자를 겸한 늙은 마술사. ?????? 곡예단의 정신적 지주로 서커스의 과거를 상징하는 인물. 곡예단에서 죽음. 칠용 - 난쟁이 어릿광대, 운명에 순응하며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민초를 ?????? 대변하는 인물.지혜 - 줄타기 및 아크로바트 여곡예사. 어릴 때부터 하영과 함께 성장하며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결국 서커스를 떠나 새로운 사회 속에서 삶을 찾아나간다.???????? 서커스의 시대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석이네- 통굴리기 여곡예사, 댄서, 유랑 가수, 공연 도중 만난 관객과 동거하여 ??????? 낳은 석이를 곡마단에서 그를 길러오다 아버지에게 돌려주고 실의의 ??????? 나날을 보냄.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서커스의 몰락을 자신의 ??????? 삶을 통해 보여주는 인물.광표 - 단장 준표의 동생. 준표가 쓰러지자 새로 단장이 됨. ?????? 시대와 사회에 맞는 서커스의 변화를 추구하다 좌절하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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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줄거리?막이 오르면 무대 위에 홀로 서 있는 피에로, 이 연극의 해설자이자 곡예사인 노인 윤재의 구수한 이야기가 시작된다.?“어째 TV 드라마 안 보시고 요렇게 싸카스를 보러 나오셨는가요? 딸내미는 잘 있어유? 내가 다 알지요. 저번 가을에도 오셨었잖아요. 오늘은 그럼 우리네 이야기를 좀 들어 보실라요? 하이고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지요. 아줌마가 나를 보면 내가 마술사지만 내가 아줌마를 보고 있자면 아줌마가 마술사요. 사는 게 고런 거 아닌가요?‘?유랑해야 하는 운명 속에 하루하루 신산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단원들. 이제 또 새로운 공연지를 향해 떠나기 위해 천막을 헐고 있다. 그 분주함과 소란스러운 속에, 한 사람씩 일월곡예단 단원들의 삶이 소개된다.?같이 먹고 같이 자면서 떠도는 겁니다. 왜냐구요, 죽자니 청춘이요 살자니 고생이라. 안 그렇수? ?석이네, 저건 춤도 추고 통도 굴리는 곡예산데, 손님을 사랑해서 아들까지 낳은 웬수여. 줄 타는 곡예사 하명이 쟤는 날 아버지로 알고 지혜랑 고렇고 고런 사인데, 이게 단원끼리 연애질하는 건 절대 안 되는 일이라. 저기 난장이 칠용이가 보이네. 저놈은 효자요, 효자. 돈 모아서 사타구니에 꼭꼭 차고 다니다가 지 엄니 오면 쥐어 보내지요. 앗따. 저놈 오입하는 건 볼만한데 그건 비밀이요. 에이그 저어기 아기들도 있는데 그런 야기하면 쓰나요. 자 자, 서둘러요. 6시 기차 타려면 서두자구. 전라도가 어디 뒷간 가듯 가까운 줄 아셔들?”
?천막을 헐어내는 단원들의 왁자지껄함 속에서 막이 오르면 일월곡예단은 가을이 오자 추위를 피해 지리산 남쪽으로 내려갈 준비를 한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지방 흥행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천막이 펄럭이는 겨울의 객석에서 구경을 하겠다는 사람이 도회지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평생을 서커스에서 떠돌아다닌 늙은 마술사 윤재, 단원들에게 정신적인 어른으로 대접을 받던 그가 다시 서커스로 돌아온다. 윤재를 아버지처럼 따르던 젊은 곡예사 하명과의 기쁜 만남이 이어지고, 윤재 또한 하명을 아들처럼 아낀다. ?때 묻지 않은 청년 하명, 죽음을 앞두고 있지만 곡예단을 떠나서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할 만큼 서커스를 아끼는 윤재 노인, 단지 곡예사라는 이유 때문에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버림받은 석이 엄마, 하명을 사랑하는 열아홉 살 소녀 곡예사 지혜???마치 소리가 다른 악기들이 모여 하나의 화음을 이루듯, 이들의 인간 오케스트라가 시작된다.
? 하명은 서커스단의 금기로 되어 있는 단원들간의 이성적 사랑에도 불구하고, 줄타기 곡예를 하는 지혜를 사랑한다. 어느 날 하명과 지혜는 서로의 단원으로서의 애정이, 이성간의 사랑으로 변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둘은 단원으로서의 사랑에 고민하며 서로 사랑을 확인해 간다. 단원끼리의 사랑은 금기인 서커스에서 하명은 줄타기 곡예사 지혜와의 사랑을 확인하며 고민하는데, 어느 날 지혜가 곡예단원 규오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지혜는 이로 인해 하명을 의식적으로 멀리하게 되고, 그러던 어느 날 줄을 타다가 떨어져 병원으로 실려간다.?하명과 이별하고 서커스를 떠나려는 지혜, 괴로워하는 하명. 이들을 바라보는 윤재는 지혜가 왜 하명을 피하게 되었는지 알고 있다. 지혜가 강간을 당하던 현장에서 달아나던 단원 규오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댄서이자 곡예사인 석이네는 관객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서커스 여자라면서 반대하는 남자집안의 반대로, 동거하다가 얻은 아들 석이를 키우며 살아간다. 그 석이가 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자, 통곡 속에서 석이를 아버지에게 보낸다. 그후 천막으로 돌아와서 술에 젖어 나날을 보내며 넋을 잃고 살아가는 석이네를 바라보아야 하는 윤재와 하명.
?난쟁이 어릿광대 칠용이는 공연지에서 만난 술집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애절한 이별을 하지만, 그의 몸은 이미 위암으로 쓰러져가고 있다. 그 동안 모았던 돈을 어머니에게 전하며 눈물 속에서 다시 무대에 오르는 칠용이.
?곡마단을 아끼던 단장 준표가 병으로 쓰러지고 그의 동생 광표가 새 단장으로 옮겨 온다. 광표는 단원들의 일당을 속여가면서 부정을 저지르고 결국 단원들을 따뜻하게 뒷바라지해 오던 총무 명수를 내쫓는다. 그 사이 단원들이 하나 둘 '일월 곡예단'을 떠나면서 새로 들어온 단원들과 대립하기 시작한다.이미 서커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이 시대, 곡예에 삶을 걸고 전국을 떠도는 서커스 단원들의 생활에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날, 술에 취해 곡예 도중 실수를 저지른 석이네를 단장 광표가 구타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윤재를 비롯한 단원들이 광표와 맞서 싸우게 되면서 '일월 곡예단'은 파국을 맞는다. 결국 늙은 윤재는 쓰러져 단원들은 애도 속에 장례를 치르고, 광표에 대항하던 단원들은 눈물 속에 뿔뿔이 흩어진다.
?정든 단원들이 하나씩 떠나가고 홀로 남은 석이네가 술에 취해 석이아버지의 반지를 찾으려고? 천막에 불이 붙는다. 불은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번져 천막은 불길에 휩싸인다. 가난 속에서 곡예단의 유랑 속에 세월을 견디며 살아온 하명과 난쟁이 어릿광대 칠룡이, 여자 곡예사 연희...그들은 잿더미 위에서 새로운 각오로 다시 시작할 것을 다짐한다.?"어디엘 가 있든 내가 디디고 있는 땅이 무대가 아니겠어. 하늘이 천막이지. 시퍼렇게 살아 있는 목숨 가지고 어디든 발을 붙여 살아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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