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러리조은은 2025년 12월 23일부터 2026년 1월 24일까지 조원재와 성연화의 2인전 《Edge of Serenity: 평온의 가장자리》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두 작가가 시간과 기억, 감정의 층위를 각기 다른 조형 언어로 풀어내며, 한지와 도자기라는 재료를 통해 흐름과 고요가 맞닿는 경계, 평온이 드러나는 순간을 탐구한다.
“조원재, 찰나를 영원으로 빚어내는 시간의 조형”
조원재(b.1989)의 작업은 흙(humus)과 인간(homo)이 같은 뿌리를 공유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자연과 맞닿은 존재의 감각을 조형적으로 탐구하는데 기반을 둔다. 그는 물레 앞에서 점토의 유연성과 변형 가능성을 관찰하며, 시간의 흐름이 물질에 스며드는 방식을 작업으로 확장해왔다.
점토는 손의 움직임에 따라 형태가 유연하게 변화하지만, 소성을 거치면 단단히 응고되며 시간이 축적된 흔적을 드러낸다. 작가는 이러한 물성을 바탕으로 물방울의 곡선과 무게감을 가진 형상을 빚고, 직접 채취한 모래와 안료를 사용해 표면에 서로 다른 시간의 흔적을 더한다. 이어 반복적으로 점을 새기는 과정을 통해 물결, 침식, 풍화 등 자연에서 발견되는 시간의 패턴을 조형적으로 기록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완성된 조형물은 순간적 변화와 축적된 시간, 그리고 자연의 물성이 한 형태 안에서 공존하는 구조를 이룬다. 조원재는 점토가 지닌 유연성과 응축된 성질을 통해 경험적 시간을 시각적 언어로 전환하며, 관람자가 각자의 감각으로 시간의 다양한 층위를 인식할 수 있는 미적 지점을 제시한다.
작가는 ‘색채가 만들어내는 감각적 울림’이라는 의미의 ‘백색유희(百色遊戱)’를 조형 언어로 삼아 색, 질감, 시간의 층위를 도자라는 물성에 조화롭게 녹여낸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사 및 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IAC(국제도예아카데미), 한국도자재단, 잉거도자박물관(대만)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2024년 익산한국공예대전 우수상, 2020년 동일 대회 대상, 2017년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금상, 2016년 대만국제도자비엔날레 입선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 일본, 홍콩, 영국, 독일, 대만 등 국내외에서 꾸준한 전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성연화, 기억의 여정에서 피어나는 선(線)의 회화”
성연화(b.1986)는 ‘선’을 개인의 정체성과 기억을 담아내는 핵심적 표현 방식으로 사용한다. 아홉 살부터 이어온 서예 수련은 한 획에 감정의 떨림을 기록하는 경험을 가능하게 했고, 이러한 필획의 감각은 회화적 언어로 확장되었다. 한옥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기억과 부모와의 순수한 정서는 화면 안에서 새로운 형태로 재해석되며, 작가의 고유한 조형 세계를 이루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사찰에서 비롯된 시각적·철학적 체험은 작품 곳곳에 침잠하는 ‘비움’의 태도와 명상적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단숨에 그어진 필선은 즉흥성과 집중의 결과로, 절제된 화면 구조 속에서 강렬한 울림을 남긴다. 선과 면은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한 채 조화를 이루며, 감정과 시간의 미세한 흔적을 고요하게 드러낸다.
성연화는 전통 재료인 한지와 안료를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독창적인 질감을 구축한다. 질감을 만든 한지, 인센스로 태운 종이 조각, 전통 채색 기법인 중색의 층위, 아크릴과 파라핀 코팅의 결합은 화면에 구조적 깊이를 부여한다. 마지막 단계에서 서예 붓으로 한 번에 그려내는 갈필의 선은 전체 화면을 결정짓는 정점으로, 작가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행위적 서명과도 같다.
대구 계명대학교 서예과를 졸업한 성연화는 일본에서 현대 문자 추상 서예를 심화하며 한지와 서예의 표현 방식을 독자적인 조형 언어로 발전시켜왔다. 주요 전시와 아트페어에서 ‘완판’의 성과를 거두며 국내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프랑스·스페인·미국 등 해외 그룹전에 활발히 참여해 국제적 활동 범위 역시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2021년 LA 아트쇼, 2022년 포커스 아트페어 파리, 아트 마이애미에서 전 작품이 솔드아웃되며 해외 시장에서의 관심도 확인됐다. 더불어 삼성 갤럭시 워치(2023, 손흥민 편), LG 일룸(2023, RM 편) 등 상업 브랜드 광고에 작품이 소개되며 예술과 대중문화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