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경의 회화는 고통을 설명하거나 극복의 서사로 전환하지 않는다. 그의 작업은 고통이 몸을 통과하며 감각으로 축적되고, 하나의 ‘향기’처럼 타인에게 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출발한다. 고통은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삶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신체에 저장되고 회화를 통해 외부로 확장된다.
이번 전시는 특정 인물의 서사를 호출하기보다, 한 사람이 삶 속에서 감당하게 되는 ‘자리’에 주목한다. 그것은 삶의 중심을 지탱하면서도 누구도 완전히 내부자가 될 수 없는 위치이며, 감정과 책임, 거리감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작가는 초상과 풍경을 통해 닮음이나 재현이 아닌, 대상이 앞에 있다는 사실이 만들어내는 긴장과 충동, 관계의 밀도를 기록해 왔다.
인물을 지우고 남은 붓질의 흔적과, 장소를 재현하지 않는 풍경은 실패가 아니라 신체에 가해진 압력과 시간의 밀도를 드러내는 사건이다. 화면 속 여백 역시 공백이 아니라, 감정이 파괴로 치닫지 않도록 만드는 숨 쉴 틈이다.
이번 전시〈엄마가 서 있는 곳〉은 치유를 말하기보다, 고통을 견디며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응시하는 태도를 묻는 전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