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선태, 키미작 2인전
2026. 3. 24 - 4. 24
회화는 오래전부터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이었다. 눈에 보이는 현실을 옮기는 것에서 출발했지만, 현대의 회화는 점차 현실의 구조와 인간의 존재 조건을 묻는 쪽으로 확장되어 왔다. 전시 《삶을 사유하다》는 그 물음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어가는 두 작가, 유선태와 키미작의 작업을 통해 삶의 구조와 존재를 성찰하고자 한다.
유선태의 회화는 언뜻보면 현실의 풍경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현실과 환영의 경계를 흔드는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다. 체스보드 무늬의 바닥은 그 중심에 있다. 흑과 백이 규칙적으로 교차하는 패턴은 공간을 단단히 붙잡으면서도, 삶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우연과 선택의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마치 한 수 한 수의 선택이 다음 장면을 만들어내는 체스판처럼, 패턴 위에 놓인 사물들은 의미를 확장시킨다. 그 공간에서 자전거에 올라탄 채 멈춰 선 작은 인물은 아직 페달을 밟지 않았다. 어딘가로 향하려는 찰나, 움직임이 시작되기 직전의 짧은 정지는 지금 이 순간, 즉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현재를 가리킨다.
키미작의 회화는 인간의 형상을 보다 직접적으로 다룬다. 화면 속 인물들은 얼굴의 세부가 지워진 채 등장한다. 특정 누군가가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보편적인 상태에 가까운 형상, 이른바 ‘존도(John Doe)’의 형태로 나타난다. 작가는 캔버스 대신 린넨을 쓰고 안료를 직접 혼합해 색을 만든다. 물감이 섬유 깊숙이 스며들며 만들어내는 색의 깊이는 화면에 독특한 촉각적인 밀도를 더한다. 작품 속 인물은 종종 자연 속에서 등장한다. 눈 덮인 숲이나 넓은 들판에 서 있는 익명의 존재는 어떤 서사도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그 자리에 존재한다. 인물의 단순화된 윤곽과 과장된 몸짓은 개인의 정체성보다는 존재 자체의 무게를 강조하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 겪는 익명성과 관계의 구조를 드러낸다.
유선태가 공간과 환영을 통해 세계를 낯설게 만든다면, 키미작은 색과 물질, 그리고 익명의 인간 형상을 통해 존재의 조건을 다시 사유하게 한다. 두 작가의 작업은 다른 방식으로 그려졌지만, 공통적으로 삶의 구조를 사유하는 시선을 공유한다.
《삶을 사유하다》는 그 두 시선이 만나는 자리에서 시작한다. 이 전시는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을 넘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그 안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화면 속 공간과 인물은 특정한 이야기를 전달하기보다, 관람자 각자의 삶을 비추어 볼 수 있는 하나의 사유의 장을 만들어낸다. 결국 이 전시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지금 우리는 어떤 세계 속에 있으며, 그 안에서 어떤 존재로 서 있는가. 두 작가의 회화는 그 질문 앞에 천천히 우리를 초대한다.
주소 :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10길 28-12 고한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