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가비 Eungabi
들숨과 날숨 Breath In, Breath Out
April 8 – May 2, 2026
OPENING HOURSㅣTUE-SAT 10:00 AM-6:30 PM

들숨과 날숨
Breath In, Breath Out
은가비의 작업은 ‘호흡’이라는 근원적 리듬을 매개로, 사회적 자아와 내면적 감각 사이의 구조적 긴장을 탐색한다. 작가가 제시하는 두 개의 축, 즉 ‘가면’과 ‘꿈몽’은 단순한 대비가 아니라, 끊임없이 순환하는 존재 방식의 이중 구조로 작동한다.
‘가면 시리즈’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구성되는 페르소나의 문제를 전면화한다. 여기서 인물은 더 이상 개별적 주체라기보다, 외부의 시선과 규범이 축적되어 형성된 하나의 표면으로 존재한다. 구체관절인형을 연상시키는 인물의 형상은 정교함과 인위성을 동시에 내포하며, 자율적인 생명체라기보다 구성된 존재, 즉 ‘조율된 자아’를 드러낸다.
특히 화면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가채는 권위와 장식의 기호를 넘어, 신체 위에 구축된 사회적 구조로 읽힌다. 그것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인 동시에, 진실된 얼굴을 은폐하는 장막으로 기능한다. 이때 꽃과 장식으로 과잉된 표면은 단순한 미적 장치가 아니라, 사회적 욕망과 규범이 시각적으로 응축된 상태라 할 수 있다.
반면 ‘꿈몽 시리즈’는 이러한 외적 구조로부터 이탈한 내면의 영역을 호출한다. 이 세계는 재현의 논리를 따르기보다 기억과 감각, 그리고 상상이 혼합된 이미지의 장으로 구성된다. 인물은 축소되고 풍경은 확장되며, 현실의 위계와 비례는 해체된다. 이는 유년의 시선으로 회귀하는 동시에, 규범 이전의 감각적 세계로 되돌아가려는 시도로 읽힌다.
은가비의 회화에서 주목할 지점은 이 두 세계가 단절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면’과 ‘꿈몽’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들숨과 날숨처럼 하나의 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외부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순간과, 내면으로 되돌아가는 순간은 분리될 수 없으며, 이 반복되는 리듬 속에서 주체는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이러한 구조는 재료와 형식에서도 드러난다. 동양화의 전통적 재료와 서양적 물성이 한 화면에서 병치되며, 시간과 문화, 감각의 층위가 교차한다. 이는 단일한 정체성으로 환원될 수 없는 동시대적 주체의 상태를 반영하는 동시에, 서로 다른 층위가 공존하는 회화적 장을 형성한다.
결국 「들숨과 날숨」은 사회적 가면과 내면의 감각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동하는 존재의 상태를 가시화한다. 우리는 외부의 세계를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구성하고, 다시 내면으로 되돌아가며 자신을 회복한다. 은가비의 회화는 바로 그 사이, 보이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호흡의 순간’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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