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2026-05-27 ~ 2026-06-17
장소 : 갤러리제이원
문의처 : 053-252-0614
요금 : 무료
전시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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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 Artist : 박진주 (Park Jin-ju)

■ Title : Hide and Seek 

■ Dates : 2026. 05. 27(Wed) — 06. 17(Wed)

■ Venue : GALLERY J. ONE (대구 중구 봉산문화길 60) 

■ Hours : 10:30 AM — 06:30 PM (Sun Closed) 

■ Inquiry : 053-252-0614


박진주의 작업은 타자라는 거대한 숲에서 어느 곳에도 온전히 섞이지 못한 채 부유하던 연약한 자아가,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채택한 가장 애틋하고도 당당한 생존의 방법론이다. 작가는 외부로부터 내면을 숨기고 드러내는 경계로서의 신체를 제시해왔다. 그 외피에 맺히는 상처와 흔적들을 반투명한 비단 위에 물붓질로 섬세히 그려내며, 숨겨진 내면을 조심스레 더듬어보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한 과정을 여전히 하나의 층위로 함께 두면서, 이번 전시 Hide and Seek는 그 은밀한 숨바꼭질의 문법이 한층 더 내밀한 심연으로 침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제 단순히 내면의 흔적을 더듬어보는 것에 머물지 않고 오랫동안 외면해왔던 그들의 근원, 내면의 밀실인 붉은 방의 문을 기어코 열어젖히려 한다. 누군가 은밀히 숨어 있을만한 방은 신체의 외피가 아닌 내피, 즉 내장의 질감과 붉은 색채를 띄고 있고, 그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어떤 불온한 서사가 이루어지고 있을지 상상하게 만든다. 작가는 사람들의 애정을 갈구하는 모습이 추하게 느껴지던 순간들, 당연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슬픔이 죄스러웠던 때, 삶의 한가운데 있으면서 죽음과 타인을 동시에 떠올리던 어느 밤이 그곳에 축축하게 존재한다고 증언한다.

그러나 작가는 이 죄의식과 욕망으로 뒤엉킨 방 한켠에서 절망 대신 새로운 통로를 발견한다. 세상과 불화할 수밖에 없는 모습들이 이곳에 있는 이유가, 불완전한 스스로가 누군가와 함께하기 위함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자신 혹은 타인일지도 모르는 두루뭉술한 인물들, 붉은 벽과 검푸른 밤이 얇은 한지 위에서 한데 뒤엉키고 번져나가 서로에게 가닿으며, 이 지독한 자기 응시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강력한 연결의 의지로 귀결된다.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고 싶은 면모조차 결국 나를 이루는 일부임을 인정하게 된 용기는, 이제 자신의 상흔을 불온한 치부가 아닌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투명한 통로로 치환한다.

그리하여 박진주가 제안하는 이번 전시는 단순한 유희의 차원을 넘어선다. 스스로를 숨기고(숨), 세상를 향해 역할을 바꾸며(바), 마침내 오롯한 자신으로 회복하고자 하는 열망(꿈)에 도달하는 것. 이것은 작가가 온몸으로 밀고 나간 숨바꿈의 뜨거운 숨결이자, 붉은 방의 문을 열고 나온 자만이 건넬 수 있는 가장 당당한 고백이다. 전시장에 부유하는 흐릿한 몸의 초상들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작가가 세상과 공존하기 위해 버텨온 흔적이자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말들이 맺힌 심리적 자화상으로 다가온다. 관객들은 작가가 마련한 붉은 방의 술래가 되어, 그가 견딜 수 있을 만큼만 꺼내놓은 진실의 조각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비단 한 예술가의 기록을 넘어, 각자의 내면에 저마다의 방을 품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나는 세상을 이렇게 보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라고 건네는 지독하고도 아름다운 위로의 잔상이다.

오시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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