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 끝의 포에마
-고현정, 이도경 작가에게
비밀이 담겨있을 듯한 편지 형식을 빌려 기획글을 쓰게 된 이유는 세상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두 작가의 작업 방식이 편지라는 본질과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받는 사람에 가닿기 위한 말을 고르고 오래 망설이는 편지의 과정처럼, 두 작가는 무엇을 드러낼까보다 대상과 어떻게 관계 맺을지를 먼저 질문합니다.
이 전시는 완성된 결론을 통보하는 자리가 아니라, 세상과 밀어를 나누어 가는 과정의 자리에 관람객을 초대하는 것이기에 편지 형식을 빌려왔습니다
두 작가의 작품 앞에서 오랜 시간 머물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손 끝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긴 시간에 걸쳐 무수한 반복을 이어가는 손 끝을 통해 만들어진 궤적은 두 작가가 세상을 어떻게 마주해왔는지 보여줍니다.
그 시선의 방식이 그들의 형식을 만들어 냈습니다. 영상 속의 손 때 묻은 천이 그저 특정 매체의 물성으로 선택된 것이 아니라, 미처 말로 다 할 수 없는 마음에 닿고자 하는 간절한 바램 끝에 비로소 언어가 골라지는 시의 과정과 비슷한 여정을 거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손 끝의 움직임을 우리는 '포에마(Poiema)'라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대 그리스어 '포이에오(Poieo, 만들다)'에서 파생된 이 단어는 오늘날 '시(Poem)'의 어원입니다.
사전적으로 포에마는 '만들어진 것', '장인의 창조물'을 뜻하지만, 이 전시에서 포에마는 완성된 결과물이 아닙니다. 세계를 향한 태도가 시선이 되고, 그 시선이 손 끝을 거쳐 재료에 닿기까지의 행위 전체이자, 그 행위가 시간과 함께 겹겹이 쌓여가는 과정입니다.
작품 앞에 선다는 것은 두 작가가 세계와 마주해 온 시간 전체를 보는 것입니다.
흔적들이 쌓일수록 포에마는 깊어집니다. 두 작가의 작업이 각기 다른 방향의 시선임에도 그 과정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은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고현정 작가의 시선은 작가의 내면에서 외부의 존재로 향합니다. 강아지, 고양이, 나비 등 일상 속에서 무심히 지나치는 뭇생명의 존재들을 향해 내면의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흘러갑니다.
일상 속 견디기 힘든 어려움이 밀려와도 그 시선을 거두지 않습니다. 캔버스 위에 두텁게 쌓인 마띠에르는 그 시선의 축적입니다. 붓터치의 집적은 시선의 반복이고, 시선이 쌓인 만큼 물감의 두께가 된 것입니다. 그 과정이 거듭될수록 작가와 대상 사이의 경계는 흐려집니다.
작가에게 특정 형태의 이미지를 표현해 나간다는 것은, 바라보는 그 대상과 하나가 되어가는 지점과 만나게 되는 까닭입니다.
나와 저 존재가 같은 조건 안에 있다는 것,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마주하게 되는 어쩔 수 없다는 감각, 그 취약함 앞에서 우리가 다르지 않다는 일종의 연대의 감정이 작은 위안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도경 작가의 시선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대상의 표면에서 출발해 그 안으로 파고듭니다. 손 때가 밴 낡고 오래된 천, 누군가의 시간이 묻어 있는 사물들 안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 해체하고 다시 붙여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스톱모션 영상도 한 겹씩 시간을 열어가는 작가의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동물탈을 쓰고 등장하는 존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작품 속 탈은 무언가를 감추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동물의 탈을 씌우는 순간 그 이야기는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 되고, 관람객은 그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게 됩니다.
이도경 작가의 시선 속에서는 끝난 것처럼 보이는 것들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버려진 것 안에서도 새로운 의미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지름길이 아닌 돌아가는 길로 시선을 택하지만, 그 길이 결국 가장 깊은 곳까지 닿습니다.
안에서 밖으로 뻗어나오는 시선과 밖에서 안으로 파고드는 시선은 서로 방향은 다르지만 같은 자리에서 만납니다.
손 끝의 흔적 앞에서 두 작가의 포에마는 완성이라는 목적지가 아닌 지금도 움직이는 손 끝의 흔적 안에 존재합니다.
좋은 날이 올지 묻지 않고, 오늘도 무언가를 다루고 그 흔적을 남기는 두 작가의 손 끝은 이미 알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손 끝이 남긴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글. 양수인 (갤러리밈 큐레이터)
고현정
작가노트
내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삶을 지속해나가는 존재들입니다.
때로는 생존을 눈앞에 둔 채, 혹은 인생이나 자연이 준 어쩔수 없음 앞에서
온몸으로 그것을 받아내는 생명체들입니다.
나는 그들에게서 위로를 받기도하고, 용기와 의연함을 배우기도 합니다.
그들은 나를 다른 세계로 데려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현실에 발을 디디게 하기도 합니다.
Education
| 2019 |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학과 (평면) 전문사 졸업 |
| 2015 | 가천대(구 경원대) 회화조소과 (동양화) 학사 졸업 |
SOLO Exhibition
| 2024 | 우리는 매일 다시 태어난다, 상업화랑 용산, 서울 |
| 지난 밤에 본 그 개는 어디로 갔을까, 응접실, 인천 | |
| 2022 | 잃어버린 것을 찾아서, Graphite on pink Factory, 서울 말하지 않는 토끼, 갤러리 O, 서울, 한국 |
| The Sweet Sunburn, 아트랩반, 서울고대 토끼 미스터리, 라운디드 플랫, 서울, 한국 | |
| 2019 | 낯(face,sur-face), A-lounge Gallery, 서울게임: 토끼 퍼즐, 갤러리 이데아 홀, 서울, 한국 |
TWO Person Exhibition
| 2026 | 손 끝의 포에마, 고현정, 이도경 이인전, 갤러리밈, 서울 |
| 2025 | Fur, Fur, 고현정, 황예랑 이인전, 갤러리 호호, 서울 |
| 2023 | One Fine Day, 김도연, 고현정, 페이토 갤러리, 서울 |
GROUP Exhibition
| 2025 | 신과 함께, 대구아트웨이, 대구 |
| 2023 | 물의 왕: 동학과 화엄의 두물머리, 자하 미술관, 서울 |
| 경험의 아치, 갤러리인HQ, 서울 | |
| Green Luminance, 갤러리 호호, 서울 | |
| 초식그림, 큐아카이브, 서울 | |
| 2022 | BGA INDEX : Open Storage , BGA INDEX, 서울 |
| DRAWIING GROWING, 미학관, 서울 | |
| 마치 피크닉, 아트비프로젝트, 서울 | |
| 2021 | 전시후도록, WESS, 서울 |
| 5518. 8880 - <문화적 거리; in between>,코번트리 한국학 연구소, 코번트리, 영국 | |
| 2020 | 10의 N승, 문화역서울 284 TMO, 서울 |
| Cutting Edges 12 Printmakers, 스페이스나인, 서울 | |
| BGA 오프라인 쇼케이스 : PSYSICAL 팩토리2, 서울 | |
| 단독주연, 중간지점, 서울 | |
| 2018 | Thin/K 복도갤러리, 서울 |
| 드로잉의 무게, Gallery 9P, 서울 | |
| 2016 | 낯선 이웃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 |
| 2014 | 3x4 사각의 초상, 암웨이미술관, 경기 |
Project
| 2023 | 인천 연수 예술지원사업 <고현정 오픈 스튜디오> |
| 2016 | <동북부 미술대학 연계 발굴 프로젝트: 낯선 이웃들> 독립연구팀 |
| 노원구 공공미술,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서울 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 |
Collections
인천미술은행 소장
이도경
작가노트
어떤 이는 삶을 처절하게 산다. 좋은날이 올지 안 올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영위어 나아간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겁쟁이 같기도, 용기있는 사람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 한번 비가 우장창 오고 난 다음에
무지개가 크게 뜨던게 생각난다. 무지개 보면서 언젠가 좋은날이 오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언젠가 좋은 날 오겠지
Education
| 2022 |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일반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
| 2018 |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
SOLO Exhibition
| 2025 | <포실로스티 Poshlosti>, 래빗앤타이거 갤러리, 서울 |
| 2022 | 브레멘 음악대 Town Musicians of Bremen, 아트큐브, 서울 |
TWO Person Exhibition
| 2026 | 손 끝의 포에마, 고현정, 이도경 이인전, 갤러리밈, 서울 |
GROUP Exhibition
| 2024 | 우리로부터 멀어지는 것들 All that Escapes from Us, 도잉아트, 서울 |
| 2024 | 어 피스 오브 페이퍼 A Piece of Paper, 갤러리 프로젝트 케이, 서울 |
| 2023 | 일상의 시 The Poetry of Daily Life, 스페이스 비투, 서 |
| 2022 | 경쾌한 자서전, 도잉아트, 서울 |
| 2019 | 테이크 오프 Take-off, 스페이스55, 서울 |
| 2018 | 흐르는 공기처럼, 움직이는 바람처럼 flowing air, moving wind, 유중아트센터, 서울 |